신세계갤러리에서는 프리즘처럼 겨울의 추억과 색조를 다면적으로 조명하는 전시를 개최합니다.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현실과 상상의 세계를 혼재시키고, 공간에 상상력을 부여합니다.
정소연 작가는 ‘홀마크 프로젝트Hallmark-project’를 통해 동심, 꿈의 세계를 이미지화합니다. 대중적인 카드 브랜드의 심벌로 주입된 표상들은 사랑스럽게 재구성되어 무감각한 현실을 행복의 기호로 대체합니다. 작가는 도감을 차용하여 오일로 정교하게 그린 이미지들을 ‘네버랜드’라 명명합니다. 꿈과 불완전한 실재는 해체되고, 크리스마스 색채가 덧입혀진 현실이 재탄생합니다.
이처럼 차영석 작가도 현실의 기물들을 놀라운 테크닉으로 정교하게 그려 일루전을 획득합니다. 금색 펜과 연필로 세밀하게 표현된 사물들은 삶의 일상적 면모를 투영합니다. 오르골, 앤틱한 새장, 구슬, 화초, 수석, 인형, 여행지의 기념품 등이 이루는 부조화는 엉뚱하고 묘한 느낌을 자아내며 현실과 허구를 교란합니다. 수집품에는 작가의 겨울 추억의 단편과 재기발랄한 상상력이 각인되어 있습니다.
자신의 작업을 ‘회화와 조각’의 간극에 위치한다고 설명하는 황혜선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라인의 간결함이 돋보이는 유리 드로잉과 반짝이는 색조의 라이트 작업이 혼재된 설치를 보여줍니다. 먹과 세필로 드로잉 하는 작업은 내밀한 대화이자 사유의 흔적입니다. 이 흔적들이 3차원공간으로 확장되어 견고함이 돋보이는 백색의 풍경으로 빛과 그림자 효과를 통해 공간에서 겹쳐지고 이어지고 확장될 때, 작가의 추억은 보는 이의 상상 안으로 스며듭니다.
김진희 작가 또한 설치작품과 그림자 효과로 스펙터클한 공간을 연출합니다. 이 작업은 작가가 학창시절, 햇볕 아래에서 우연히 허공에 떠다니는 먼지 한올을 바라보던 사적인 체험으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전자부품, 신문활자를 이용하거나 실낱처럼 얽혀있는 회로를 이어 붙인 비물질적인 인상의 설치작업은 마치 밤하늘을 바라보는 듯, 우주의 심연을 연출한 것입니다. 작가에게 먼지는 하나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세계 전체를 포괄하는 공간의 메타포입니다. 겨울의 신비한 일루전을 구현하는 네 작가들은 세밀화에서 동심을 자극하는 회화, 공간의 신비한 연출력에 이르기까지 색채 분광기처럼 다채로운 작품들을 펼쳐낼 것입니다. 유연한 상상력이 가득한 감각적인 아티스트들의 전시로 이 겨울의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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