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 스케이프 <마인드스케이프 Mind Scape>는 자연을 섬세하게 해석하는 김대수 작가와 현대사회 속 인간의 상황과 내면을 바라보는 권두현 작가가 함께한 전시입니다.
무수한 시각 이미지와 기호가 범람하는 매체의 시대에 이들은 구조화된 의미분석보다 간명한 감수성을 전하려 합니다. 두 작가는 사진매체의 도그마(dogma), 독단성에 매몰되지 않는 작품들로 아트월의 공간을 새롭게 변모시켰습니다. 사진은 시간을 쪼개 인간의 눈으로 인식할 수 없는 짧은 찰라의 순간을 포착합니다. 포착과 동시에 전유되는, 물리적 시간의 침범에서 자유로워진 이 순간에 새로운 의미를 덧입히는 것은 작가의 메시지와 사진 찍기의 상황에서 비롯된 컨텍스트입니다.
김대수의 깊은 향과 정취를 간직한 대나무 숲 사진에는 수 십년간 세계 여러 나라의 숲을 고행하듯 찾아 다닌 시간이 녹아 있습니다. 그는 특정한 사건과 상황을 묵시하는 대신 통시적인 의미에서 자연과 그것이 속한 문화의 기류를 다룹니다. 고요한 이미지 이면에는 자아와 자연의 합일을 추구하는 작가의 조형의식이 내재합니다. 대나무는 선비문화의 상징적인 매개체로 현대에 이르러 잊혀져 가는 정신적 산물에 대한 메시지입니다. 이 조형의식을 근간으로 대나무 숲, 빗물이 떨어지는 강의 정경을 바라본다면, 평화로우면서 굳건한 동양적 조형의식의 단초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권두현은 회화 같은 사진에서 사진 같은 회화까지 매체의 경계를 희석하는 작업을 해온 작가입니다. 상이 뚜렷하지 않은 흔들리는 이미지는 기시감(dejavu)을 생성하여, 보는 이의 마음 속 강렬한 기억을 끄집어 내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집니다. 주요한 부분 외에 주변을 흐리게 하는 방식, 움직이는 피사체에 접근하거나 셔터 스피드를 느리게 하는 테크닉 등으로 빠름, 느림, 정지의 상이 혼재됩니다. 그리고 프레임에 디지털 프린트를 붙이고 그 위에 컬러펜슬, 오일 등으로 페인팅을 한 유니크 한 작업 방식은 페인팅의 맥락으로 고유성 개념을 도입합니다. 포착된 삶의 순간들은 작가의 주관적 시점이지만, 기시감으로 인해 생성된 이미지 잔상은 그 순간을 마주하는 관람객의 기억으로 스며듭니다.
카메라 앵글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두 작가는 묘한 대기의 흐름까지 간직한 대나무 숲, 시간의 지층이 겹겹이 내재된 거리풍경으로 물리적 풍경을 넘어선 사색의 풍경을 선사합니다. 아날로그 감성으로 초가을의 감수성을 전하는 김대수, 권두현의 서정적인 이중주 선율이 펼쳐지는 이번 전시를 편안하게 감상해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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