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오동을 심는 마음으로
신세계는 1966년 6월 ‘조선조 의상전’을 저희 이름을 건 첫번째 고미술전시로 개최하였습니다. 이후 90년대까지 목공예, 서화, 민화, 도자, 탁본에 이르는 다양한 장르의 고미술을 소개하였습니다. 1971년 1월에 열었던 고가구전 ‘이조목공예전’은 1989년까지 많은 호응 속에 15회를 개최하였습니다. 장안의 화제가 되었던 신세계의 전시는 우리 문화에 대한 이해가 일천했던 60년대부터 고미술에 대한 일반의 관심을 촉구하고, 빼어난 작품과 전문 연구자, 기관을 연계하는 역할을 하였다고 자부합니다.
최근 들어 개최한 ‘선비문화와 목가구’전으로 시작된 고미술 연작전시는 과거 신세계가 추구하였던 우리 문화사랑을 새로운 관점에서 찾아 보고자 여는 전시입니다. 다양한 목가구와 보자기를 선보인 전시에 이어 이번에는 우리 옛 도자기에서 발견되는 아름다움에 주목하고자 합니다. 수려하고 섬세한 고려청자의 아름다움과 수수하면서 자연스러운 분청사기의 멋을 보고자 합니다. 벽오동 심은 뜻은 봉황을 보려터니 내 심은 탓인지 기다려도 아니 오고 밤중에 일편명월만 빈 가지에 걸렸어라 황진이의 시 ‘벽오동 심은 뜻’은 귀한 존재나 연모하는 임이 오길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영물 봉황은 오로지 오동나무 가지에만 앉는다 합니다. 조선 중기 원림인 소쇄원을 예로 들어도 주건물인 제월당 맞은편인 원림 입구에 오동나무를 심고 그 아래 대봉대라는 소박한 정자를 두어 귀한 손님을 초청하는 의미를 살렸습니다. 혜곡 최순우 선생은 수필 〈벽오동 심은 뜻은〉을 썼습니다. 내용은 혜곡과 간송 전형필 선생의 인연 중 벽오동에 얽힌 이야기입니다. 간송이 집 서재에 완당의 편액 ‘벽오동관(碧梧桐館)’을 걸었습니다. 평소 고미술에 대한 애정으로 자주 교류를 하며 그 집을 드나들던 혜곡이 벽오동 묘목을 구해 집 마당에 심었던 일화를 담고 있습니다. 먼저 떠난 간송에 대한 그리움이 담겨 있는 이 글은 우리 고미술에 대한 극진한 애정을 가졌던 선후배간의 이심전심과 공감의 교류가 잘 녹아있습니다. 완당의 편액을 어렵게 구해 먼지 털어 건 간송과 그 마당에 벽오동을 심어 현재적으로 새롭게 살리고 완성하려 한 혜곡 사이의 지음지기의 고미술 사랑을 말해줍니다.
우리 고미술계에 벽오동을 심어 새로운 봉황이 깃들고 둥지틀기 바라는 것은 모든 고미술 애호가들의 한결 같은 마음일 것입니다. 안목 있는 더 많은 사람들이 우리 문화에 관심과 사랑을 가져주길 바라는 것입니다. 중국 일본 고미술의 국제시장에서의 약진과 현대미술의 번다함 속에 가려졌지만, 그 빛을 잃지 않는 우리 고미술의 가치를 발견하기를 바라는 것입니다. 그런 마음을 담아, 빼어난 수작들로 벽오동을 심었으니 봉황들이 와서 머무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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