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은 고유하고 자신만만하며 노골적이고 거침없다. 무엇이든 가능하고 화려하고 무한하여 시작과 끝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은밀하여 쉽사리 눈에 띄지 않을 뿐 아니라 사람, 동물, 식물이라는 이름으로 구획 지어져 얼핏 서로 대치되어 있어 보인다. 그러나 그들은 자유롭고 왕성한 생명력으로 민첩하게 교류한다. 노래하는 꽃으로, 꽃을 말하는 입으로, 두뇌의 애벌레로, 발아하는 송곳니로, 손가락 끝에 자라는 꽃눈으로, 뿌리의 분만생산으로, 겨드랑이에 뿌리박은 민들레 홀씨로, 갖가지로 표정 짖는 식물의 몸짓으로, 인간에 기생하여 자라는 꽃봉오리로... 그리고 그들은 죽음을 음모하는 어리석은 이들을 단호히 경고한다. 산, 강, 바다, 식물, 동물 그리고 인간을 처음 그대로 있게 하기를 명령한다. 그리하여 이 땅은 자람을 거듭하고 ‘생명’이라는 절대의 단언으로 모든 개념 앞에 서서 “쿵쿵쿵” 우리의 삶을 진동하여 일깨운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