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을 맞이하여 온 가족이 함께 경쾌하고 즐겁게, 또 한편으로는 진지하게 감상해 볼 수 있는 전시입니다.
기발한 발상의 시작은 의인화다. 어느 시사 칼럼에서 의인화 된 시 한편에 빗대어 경영의 이치를 이야기 한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모든 사물을 사람처럼 뒤 바꿔 생각하다 보면 뜻밖의 아이디어도 얻을 수 있고, 배려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처럼 주변 현상을 주의 깊게 들여다 보면, 사물이나 사회에 대한 우리 생각의 상당부분이 의인화를 통해 보여진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번 전시는 여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상상력 발전소라고 할 수 있는 작가들의 생각에서 만들어진 의인화를 모아 보여주고자 준비하였습니다. 사람이 아닌 것을 사람처럼 표정, 몸짓, 생각 언어구사 등을 할 수 있게 표현한 것을 일컬어 의인화(擬人化)라고 합니다. 의인화는 각자의 축적된 경험을 통해 대상을 바라보며, 일상생활에서 가질 수 있는 친밀한 경험이나 느낌을 대상에 융합하므로 의인화된 대상은 우리들 자신을 표상하며, 우리들 각자의 경험을 통해 상상할 수 있게 만드는 하나의 기호로 작용합니다. 이러한 의인화를 테마로 한 입장 바꿔 생각 해봐展은 여러 가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의인화를 통해 세상을 풍자해 잠재되어 있는 내면세계를 표출해 본다는 의미도 있고, 내가 아닌 다른 것이 되어 왜곡되고 불편해진 우리의 현실에서 잠시 도피해 보는 것도 가능하며, 타인의 삶을 통해 자신을 반성하기도 하고, 만족감을 느낄 수도 있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전시에 참여한 열 한 명의 작가들이 담아낸 작품들은 본래의 숨은 의미를 직접 드러내기보다는 의인화시켜 감추고, 가만히 암시함으로써 보는 이의 상상력을 자극합니다. 작가들은 일상 속에서 상상하게 되는 의인화된 동물들이나 변형된 인간들, 그들이 만들어 낸 가상의 공간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그것을 통해 우리는 상상을 시작해 볼 수 있습니다. 그 세계에는 일탈을 원하는 현대인의 자화상도 담겨 있으며, 현실과 사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울려 퍼지고, 은밀하게 담아낸 작가의 일상과 현실에는 보이지 않은 것들이 숨어 있습니다.
이처럼 의인화는 인식하지 못하는 시각 너머의 낯선 상황들을 보여주며 유희적인 시간을 선사합니다. 아이들이 방학을 맞이하여 가족 단위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지는 요즘입니다. 뒤 바꿔 생각해보고, 다시금 생각해보고, 유치하게 생각해보며, 모든 사물을 의인화 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갖고 있는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춰 다소 묵직하지만 이면에는 희망이 가득 담긴 작품들 감상하시며 즐거운 상상 챙겨가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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