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관 아트월에서는 단순한 구조의 끊임없는 반복, 프랙탈 Fractal을 주제로 한 전시를 개최합니다. 프랙탈은 반복, 순환적 방식으로 형성된 구조를 의미합니다. 그러나 이것을 단순히 패턴의 양식으로만 설명하기에는 부족합니다. 자연계의 리아스식 해안, 혈관의 분포형태, 나뭇가지 모양등 우주 대부분의 구조체가 본질적으로 여기에 속하기 때문입니다. 이 전시에 참여한 작가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세상 이면의 복잡 미묘함을 드러냅니다.
김지민은 소비사회의 표상을 패턴화한 작업을 보여줍니다. 원형을 이루는 컬러풀한 패턴들은 상표 라벨의 뒷면입니다. 수공으로 엮여진 라벨들은 물질 욕망의 허무함을 이야기하는 동시에 다양한 부분들이 귀결되는 접점으로 세상의 본질에 대한 소고입니다. 이중근은 만화경을 바라본 첫 경험을 “그것은 저 멀리 존재하는 것을 망원경으로 바라보면서 동시에 소우주를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것이었다."라고 회고합니다. 그의 디지털 패턴은 이처럼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입니다. 원형 캔버스에 반복적인 메멘토-모리Memento-mori 아이콘을 결합한 중앙계단 설치작에서는 만다라의 의미가 연상됩니다. 이수현의 작품은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작은 우주와 같습니다. 작가는 투명한 결정체를 캔버스에 반복하여 찍는 행위를 감정의 해소과정으로 설명합니다.
한편 자연, 일상의 사물을구조화하는 작가들을 살펴볼 수 있습니다. 김시연은 예리한 감수성으로 진부함을 일깨우는 작업을 합니다. 지우개 가루, 깨진 달걀, 휴지, 소금 등 연약한 재료들은 고요한 공간에 긴장감을 부여합니다. 우연적으로 배열된 듯 보이지만실상 치밀하게 계산된 작가 특유의 연출력으로만들어진 작품들입니다. 김푸르나는 유기체의 세포 줄기를 확대합니다. 분열된 형상이하나의 이미지로 구현되면서 경계가 해체되는 것이 특징적입니다.
김유정은 식물을 반복적으로 배치하여 패턴을 만듭니다. 이 시리즈에서 스쳐지나갈 이름모를 풀에 눈길을 주는 작가의 섬세한 시선을 느낄 수 있습니다. 작가에게 식물은 내면의 아픔을 치유하는 모티프입니다. 풀에서 언젠가 시들어 사라지는 바니타스vanitas 미학에 담긴 실재와 허상에 대한 고찰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이기본의 사진은 어두운 배경에 수풀, 나뭇잎의 반복적인 패턴을 부각시킵니다. 장시간 노출로 촬영되어 탄생한 어두운 녹색빛은 시공간을 초월한 인상을 줍니다. 이 고유한 주조색은 작가의 고집스러운 아날로그 기법과 암실작업으로 만들어집니다.
최근 디지털과 테크놀러지를 활용한 복제 이미지 작업이 확장되고 있습니다. 예술가들의 작품은 수학적 세계에 창의적인 변수들을 개입시킵니다. 마치 나비효과처럼 질서 정연함에 무작위성이 개입되면서 숨겨진 혼돈이 드러납니다. 이 전시가 어린시절 만화경을 바라보던 추억처럼 육안의 한계를 뛰어넘는 시각 경험의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질서와 혼돈이 기묘하게 결합된 비밀스러운 세상, 카오스모스 Chaosmos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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