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갤러리 센텀시티점에서는 ‘구름작가’로 알려진 강운의 개인전을 개최합니다. 강운 작가는 1990년대 후반부터 줄곧 캔버스를 배경으로 하늘 위 변화 무쌍한 구름을 표현해왔습니다. 작가의 이름 또한 ‘雲(구름 운)’으로 우연인지 필연인지 구름작업은 작가의 작품을 대표하는 중요한 모티브입니다. 추운 겨울 창가에 앉아 본 하늘 풍경의 구름에 착안하여 시작된 구름작업은, 작가의 표현에 의하면 “표면적으로는 하늘이란 실체의 묘사이나 사실은 구름과 바람과 빛이 빚어내는 한 수의 서정시였고, 명상을 통해 자연과의 순환적 감정이입을 성취하고자 한 것” 입니다.
그의 작품은 멀리서 보면 일반적인 풍경화로 보이지만, 가까이 들여다 보면 제작을 위한 힘든 과정과 지난한 시간을 느끼게 합니다. 이번 전시에는 그의 대표작 <공기와 꿈> <0-1095>와 신작 <상처>시리즈를 함께 선보입니다. 대표작 <공기와 꿈>시리즈는 코팅되지 않은 천에 천연염색 된 한지를 붙이고 그 위에 얇은 한지조각을 붙여 공기의 층을 만들고, 그 엷은 공기 층위에 다시 구름과 바람을 형상화시킨 작업으로 엄청난 양의 시간과 집중력을 요하는 작업입니다. 작가는 다음과 같이 고백합니다. “잡념과 고통이 없어질 때까지 오랜 시간 작은 한지 조각을 화면에 붙인다. 이는 나에게 수행과 기도의 의미를 가진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끊임없이 순환하는 ‘구름’이란 소재는 보이는 형상 안에서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사유와 철학을 드러낸다.” <0-1095>시리즈는 아크릴판에 화선지를 놓고 분무기로 물을 뿌린 뒤 붓에 물감을 묻혀 선을 긋는 작업으로, 화선지에 번져나간 물감의 서로 다른 결과물을 모은 작품입니다. ‘한 일 (ㅡ) 자’를 반복적으로 긋는 행위는 똑같지만, 그 순간의 물리적 환경의 차이로 인해 결과물은 어느 것 하나 같지 않습니다. 이는 인생이란 뜻한 바 대로 이루어 지지 않음을 인정하고, 의도치 않았던 수많은 경우의 수 앞에서도 의연히, 적당한 때를 기다리며 견뎌내야 하는 인간의 숙명과도 닮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새롭게 선보이는 신작 <상처> <흔적>시리즈는 철조망을 모티브로 한 유화 작업으로, 살을 에는 고통과 아리던 가슴의 통증, 그래도 살아내기 위해 견뎌야만 했던 상처의 감정들을 철조망 형상으로 캔버스에 그리고, 긁어내고, 지우기를 반복해, 겹겹이 지워져 덮인 상처의 흔적으로 표현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미술, 특히 현대미술은 이해하기 어려운 것으로 지레 짐작합니다. 그러나 인내심을 가지고, 시간을 들여 살펴보면 아무리 어려운 주장/이즘/기술력으로 중무장한 작품일 지라도 결국은 동시대 우리 삶의 한 단면이 담겨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신작포함 총 100여점의 대표작이 선보이는 이번 전시는 2002년 30대의 신진작가로 소개된 첫 번째 개인전에 이어 중년이 되어 개최되는 부산에서의 두 번째 개인전으로 20년 가까운 세월의 흐름 속에서 작가로서의 삶을 견뎌온 버팀목이자 존재이유, 치유의 장으로서 더욱 폭 넓어진 강운 작가의 작품세계를 심도 깊게 감상하는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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