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별을 그린 우주화가
사람들은 그의 그림에서 별을 한아름씩 안고 갔다. 벽면은 마치 밤하늘처럼 무수한 별로 가득했다. 화가는 밤하늘의 별을 캔버스에 듬뿍 담아 도시 한복판으로 가져온 것이다. 우주를 그리는 화가, 오경환의 별칭이다. 우주화가 혹은 별의 화가. 그가 우주 풍경을 화폭에 담기 시작한 것도 벌써 40년이 넘었다. 대단한 집념이고 더불어 선각자다운 면모를 보인다. 우주를 그리다니! 대부분의 화가들이 산과 같은 자연이나 여체 같은 인물을 그릴 때, 오경환은 우주를 대상으로 삼아 풍경의 영역을 확대시켰다. 그는 왜 우주를 그리기 시작했을까? 1969년 7월 아폴로 인공위성은 인류역사상 최초로 달에 착륙했다. 지구 밖에서 지구를 찍은 사진이 공개되었다. 바로 충격이었다. 지구라는 별, 이를 한눈에 바라 볼 수 있다니! 오경환은 달 착륙과 더불어 지구 별의 사진을 보고 그 충격을 화면에 담기 시작했다. 바로 같은 해 열린 개인전에서 우주미술에 대한 견해를 발표했다. 우주미술은 이렇게 출발했다. 물론 외로운 길이었을 것이다. 발등의 생존문제조차 멀리하면서 무슨 우주냐고, 질타를 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오늘날 우주는 또 다른 우리의 자연이고 이웃으로 부각되고 있지 않은가 지구라는 별, 그 자체만으로는 독존할 수 없다는 것, 태양계는 물론 우주의 모든 별은 상호관계 속에서 공생공존하고 있다는 것, 하늘의 별은 결코 남의 동네가 아님을 실감나게 하는 시대이다. 정말 그렇다. 하늘의 별은 결코 우리와 무관한 존재가 아니다. 삼천대천 세계를 이루는 한 부분이지 않은가. 여기에 지구라는 별도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그렇다, 석가모니는 별을 보고 깨달았다.
오경환의 우주미술은 1984년부터 대중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국제갤러리 개인전에서 작품이 팔리기 시작했고, 해외 아트페어에서 출품작이 매진되는 일도 일어났다. 그 동안 오경환은 우주를 빈 공간으로 표현했다. 아니 별들의 축제로 우주를 표현했다. 하지만 근래의 그는 우주 속의 생명체를 표현하기 시작했다. 천체과학자들은 주장한다. 지구 밖의 우주에 생명체가 있다고. 그리하여 천지인(天地人)사상을 작품에 담은 바, 물론 하늘과 땅 그리고 인간을 말하지만 여기서 인간은 모든 생명체의 상징이다. 별을 배경으로 하여 새와 곤충 종류 혹은 연체동물 같은 형상이 등장한다. 팔대산인 그림처럼 주제를 화면 중심에 두어 강조했다. 우주적 구도이다. 오경환은 힘주어 말한다. “내가 태어나 할 일은 남이 안 한 일을 하는 것이다. 유일하게 우주를 주제로 평생 작업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인간은 빨리 우주적 존재임을 자각해야 한다. 이러한 인식, 우주적 자아 인식을 바탕으로 살 때, 지구적 문제는 해결이 가능하다. 국사, 민족, 종교적 갈등, 지구 환경 파괴에 대한 대책, 지구 훼손의 반성을 기초로 한 삶의 방식의 변화, 모든 생명에의 존중, 지구에서의 현안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다. 우주가 상상이 아니고 현실이며 우리의 리얼리티라고 1969년 나는 이야기 했다. 《개미》의 작가 베르베르가 2000년에 말한 기사를 읽었다.”
오경환의 존재론은 우주적 존재론이다. 그와 같은 관점에서 살면, 그러니까 인간이 우주적인 존재임을 인식하고 산다면, 타종교나 타민족에게 적개심이 생기지 않는다는 것. 우주적 존재론은 상호연대와 공존을 부추기기 때문이다. 다시 한번 강조하면 “생명은 우주적 존재이다. 위대하고 엄숙한 것이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