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국적 고려인 화가 변월룡(邊月龍, 1916-1990)은 연해주 쉬코토프스키구역의 유랑촌에서 유복자로 태어나 호랑이 사냥꾼인 할아버지 슬하에서 자랐다. ‘유랑’이란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유랑촌은 할아버지가 호랑이를 쫓아 떠돌다 머문 것처럼 대부분의 주민들이 그렇게 유랑을 떠돌다 한 명 한 명 정착한 사람들임을 알 수 있다. 변월룡은 이처럼 깡촌 중의 깡촌에서 자랐지만, 러시아 최고•최대의 미술대학인 상트페테르부르크 ‘레핀 회화•조각•건축 예술대학’(이하 레핀미술대학)에 입학하여 수석으로 졸업하고는 同대학교 교수가 된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변월룡은 평생 자신의 월룡이란 이름을 고수하며 한국인으로 살려고 노력했으나, 고국에서의 삶은 고작 1년 3개월에 그치고 말았다. 북한 당국의 초청으로 평양미술대학 학장 겸 고문으로 취임했지만, 북한 당국의 무리한 귀화종용을 따르지 않은 죄로 결국 숙청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러나 역사는 위대한 예술가인 그를 외면하지 않았다. 2016년,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탄생 100주년을 맞는 작가를 재조명하는 《백년의 신화: 한국근대미술거장》展에 이중섭, 유영국과 더불어 고국에서 성대하게 전시회가 열린 것이다. 이로써 비록 육신은 러시아에 묻혀있으되, 그의 영혼이랄 수 있는 예술 작품은 마침내 고국의 품에 안길 수 있게 된 것이다.
대구신세계갤러리에 이어, 센텀시티점 갤러리에서 열리는 이번 《변월룡, 우리가 기억해야 할 천재 화가》展은 변월룡 화백의 일대기에 초점을 맞췄다. 전반적이고 입체적으로 전시함으로써 나무보다는 숲을 볼 수 있도록 노력했다. 이런 시도가 보다 쉽게 변월룡의 작품세계를 종합적으로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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