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를 마주하며 그 주위를 쉼 없이 돌고 도는 달은 30일 정도를 기준으로 그 모양을 달리하여 매일마다 다시금 우리의 눈앞에 나타납니다. 그래서 예부터 신화적인 상징이자 생명의 순환을 의미하는 신비로운 존재로도 여겨져 왔습니다. 또한, 어두운 밤 하늘을 밝히는 빛의 원천으로서, 그 은은하고 그윽한 기운을 세상 아래에 골고루 흩뿌리는 평온한 파종자의 모습으로 보여지기도 합니다. 이번 전시 ‘Calm-Shine’은 어쩌면 그러한 달빛을 받아 은근하고 여릿하게 드러나는 풍경들을 살며시 들춰보는 즐거움이 기대됩니다.
전시장에는 달빛을 받은 낮은 풍경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작가는 눈에 보이는 것을 그리기보다는, 그것의 본질과 실재를 찾는 것에 천착해 왔습니다. 그래서 달과 그것에 비친 세상들을 자기 자신에게 투영하여 재연하고 풀어 냅니다. 수면 위에 비치기도 하고, 풀잎과 얽히기도 하며, 파헤쳐 생채기 난 흙구덩이 같은 낮은 풍경들은 희미한 달빛을 받아내며 싱그럽고 생기 있는 명상의 시공간을 선사합니다.
작품들을 하나하나 파헤쳐 보면 그 동안 작가의 부단한 표현의 시도들을 엿볼 수가 있습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작품의 과정이나 부분을 촬영하여 인쇄한 결과물들을 통해 자신의 그림이 가진 실재성의 분석도 시도하려 합니다. 작가는 작품을 완성하는 과정이란 여러 가지 다양한 사건의 연속성이 이어지는 시간이며, 완성된 작품은 그러한 사건의 집합체라고 이야기합니다. 완성된 작품 앞에서 관객들은 다양한 의미와 해석을 이어가지만, 작가는 구상의 시점으로부터 완성하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그 시간 속에서의 마음, 의식, 관념 등의 의미가 더욱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밤이 오면 작가는 금호강과 물가를 거닐며 주변을 관찰하고 작업실에 돌아와 그 때의 풍경과 심상을 기억하며 그림을 그렸습니다. 또 어두운 밤의 달빛은 깜깜한 어둠 속에서 그를 인도하는 희망으로 다가오기도 했습니다. 선선한 바람에 퍼지는 달빛과 청명한 풀벌레 소리가 미간을 올려보게 하는 가을밤. 이번 전시가 여러분과 평안의 메시지를 함께 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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