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어느 곳을 도원으로 꿈꾸었나…’
안평대군이 몽유도원도를 보며 남긴 시의 한 구절이다. 산을 헤매던 남자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무릉도원에 접어든다. 그곳에는 아름다운 꽃길이 펼쳐지고,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는 사람들이 보인다. 며칠간 머물다가 남자는 다시 집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다시 이곳에 오려고 하지만 이 낙원은 두 번 다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 설화처럼 ‘낙원’은 신비롭고, 현존하는 듯 사라져버리는 별천지이다.
차규선의 작품이 펼쳐지는 본관 아트월은 또 하나의 무릉도원을 상상하게 한다. 그는 봄날의 흐드러진 꽃을, 설원의 장엄함을 그린다. 그가 그리는 마음 속의 풍경은 또 하나의 몽유도원이다. 꿈에서 향기로움이 가득한 꽃나무길을 거닐고 또 거니는 인상이다. 어떠한 목적도 사욕도 없이, 집착도 버리고 해탈Nirvana을 향해 간다. 속세의 고통, 외로움을 초월하고 외부세계로부터 원초적으로 자유로운 산세가 펼쳐진다.
자유롭게 그려진 자연이 상생, 이상향의 회복을 의미한다면 작가의 작업과정은 마치 수행과도 같다. 경주, 안동, 청도, 강원도 일대 지역의 풍경들이 일필휘지 그려진 작품들에는 그의 발자취가 녹아있고, 작업과정에서의 성찰, 동양적 정취가 강하게 묻어난다. 선비화의 전통을 일견 이어받은 듯한 그의 작품에서 현실의 모순과 질곡에서 벗어난 이상향을 느껴보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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