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관 아트월에서는 전통적인 소재로 시간의 결을 다루는 작업을 하는 작가 5인의 전시를 개최한다.
이 전시명 온고지신溫故知新은 옛 것의 소중함이라는 의미를 넘어 전통소재를 통해 불러일으켜지는 현재의 감성적 깊이인 푼크툼punctum, 즉 시간을 넘나드는 조형미와 감정에 주목하고자 하였다.
전통소재에 기반한 회화 작품 중, 최영욱의 달항아리 그림은 모노크롬 회화처럼 간결하고 단정하다. 작가는 입체적인 오브제를 화폭에 옮기면서 점, 선, 면의 조형요소로 추상화하였다. 카르마Karma 연작 이미지 내부에 얽힌 빙열에서 ’업業‘, ‘연緣’, 삶의 고리로 비유되는 미묘한 선들이 보인다. 구름에 가린 듯 희미하게 드러나는 산, 강의 이미지는 불가사의한 미를 발산한다. 오민수는 도시 생활 속 자연에 대한 갈증으로 유년시절을 보낸 제주에서 작업을 하고 있다. 전통 산수화의 맥을 이으며, ‘유람’이라는 주제로 제주를 현무암처럼 담백하게 표현하는 작업은 자연합일 사상에 근거한다. 형식적으로는 자유분방한 수묵의 변주를 보여주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10미터 가량의 서귀포 산수를 두 벽에 이어 펼쳐 보여준다.
“한국 미술의 아름다움은 바라보아서 나타나는 아름다움이므로 잔재주를 부릴 필요도, 분에 안 맞는 과분한 체질도, 필요 없는 수고도 저절로 생략될 수가 있다”_
혜곡兮谷 최순우 미술사학자 혜곡 최순우 옛집에서 김우영은 몇해 전 ‘우리 것을 담다’는 주제로 건축물과 사진의 공명을 시도했다. 북미를 주로 작업하는 그가 전통 소재로 눈길을 주면서 사찰과 서원을 찾아 다닌 결과물이다. 고즈넉하고 평화로운 그의 작품들은 겨울에 찍힌다. 봄, 여름, 가을은 자연의 아름다움이 강해 건축물 특유의 멋이 묻힌다는 것이다. 설경雪景 속 기와의 유려함과 여백미는 공空의 의미를 배가한다. 인공성과 자연성 사이의 미묘한 긴장감을 자아내는 사진가로 박영채 작가를 들 수 있다. 그는 도산서원, 병산서원, 추사고택, 소쇄원 등을 찍어온 한국 대표 건축사진가이다. 담장, 마루, 마당, 후경을 고요하게 표현한 사진들은 30여년간 한국의 고건축을 꾸준히 프레임에 담아온 인내의 산물이다. 민병헌은 고집스럽게 지켜온 아날로그 스트레이트 양식으로 백제 유적지를 수묵화처럼 표현한다. 소위 ‘민병헌 그레이’로 서정적으로 표현된 <식물과 한옥> 최초공개작 시리즈이다. 농축된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듯한 사진들과 군산의 근대가옥을 탐미주의적으로 개조한 작가의 작업실은 그 인상이 유사하다.
절제된 미감이 돋보이는 시리즈들, ‘안개Deep Fog’, ‘스노랜드Snow Land, ‘폭포Waterfall’, ‘몸Body’ 에 비해 담백하고 굳건한 인상이다. 잔잔한 바람과 나뭇잎의 질감까지 느껴지는 작품들은 과거의 기억, 감성에 빠져들게 한다. 달항아리, 산수화, 자연과 조화를 이룬 전통 건축물에 보이는 부정형의 원과 선은 느림의 미학을 발견하게 한다. 따스한 소재들에는 무궁무진한 이야기들이 켜켜이 응축되어 있는 듯 하다. 무심한 아름다움과 함께 자연과의 합일사상, 공空의 미학이 그 기저를 흐른다. ‘옛것을 통해 찾은 새것’, 이들을 감상하며 위안과 치유를 경험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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