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지신을 통해 주변의 소중함을 표현하는 오혜영의 개인전
전시회를 개최하며
신세계갤러리는 신축년을 맞이하여 십이지신(十二支神)을 주제로 한 오혜영 작가의 인연展을 개최한다. 오혜영은 영국 센트럴 세인트 마틴 대학교를 졸업하였으며, 유학 시절에 쌓은 경험들이 자산이 되어 순수 미술 분야뿐만 아니라 패션, 디자인, 미술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해왔다. 12년 만에 열리는 이번 개인전에서 65점에 달하는 근작을 소개한다.
동물의 얼굴과 사람의 몸을 갖춘 십이지신은 예로부터 시간과 방위를 대표하는 신으로, 각기 다른 시간과 방향에서 오는 나쁜 기운을 막아주는 수호신으로 여겨졌다. 열두 가지의 동물들은 뜻하는 바가 달라 사람들의 소망과 염원을 대신하는 상징적인 개념으로 이해되었다. 태어난 해에 따라 누구나 자신의 띠를 지니고 있듯이, 십이지신은 오래도록 우리의 삶과 가까운 친근한 존재로 여겨졌다. 작가는 이러한 십이지신을 모티프로 하여 개인적인 경험과 보편적인 가치관까지 아우르며 작업의 대상을 확장시킨다.
은유로 표현한 관계의 의미
사람과 사람이 교차하는 순간을 포착한다. 이는 오혜영이 작업에서 다루는 주요 화두이다. “단 한 번의 생을 살아가면서 만난 귀함에 대하여 이야기한다”는 작가의 말처럼, 그는 스쳐 지나간 관계들 속에 일어나는 행위와 현상에 대해 주목한다. 개인사의 관찰은 작업 속에서 능동적인 재료가 되어 지극히 사적인 경험들을 작업의 주제로 끌고 온다. 그런 의미에서 작가는 자신의 삶과 작업의 경계선을 긋지 않으려 하는 태도가 엿보인다. <애지욕기생>(2019), <심연>(2019) 연작은 인물을 중첩해서 표현하는가 하면, 가벼운 동세의 신체를 감각적으로 그려낸다. 반투명한 붓질 위로 불안정한 신체들이 움직이며 대상에 관한 기억을 끄집어내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대상과 나 사이의 거리와 틈을 가늠하고 인식한다. 마치 관계 속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메우는 과정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작가는 이러한 은유를 통해서 개인적인 경험을 환기한다.
인(因)을 향한 수행
이후 십이지신 도상을 활용하여 경험과 심상에 집중하면서, 선연한 색감과 구체적인 형상으로 표현되는 <시 시(詩)-은유의 시작>(2019), <깨달을 각(覺)>(2020) 연작으로 나아간다. 앞선 시리즈들이 그리는 행위로써 자신과 대상의 관계를 확인하는 것이었다면, <깨달을 각(覺)>은 관계 너머에 있는 자신을 더욱 분명하게 응시하는 과정이다. 그에게 예술은 지나간 상처를 받아들이고 치유하며 관계를 재확인하는 것임과 동시에 이를 넘나드는 이중적 수행의 과정이 된다. 이중섭은 “예술은 끝없는 사랑의 표현”이라고 한 바 있다. 화면 속의 대상들이 낯설지 않게 느껴지는 것은 작가가 초점을 두고 있는 세상이 우리에게도 지극히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까닭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 삶 속에서 관계를 맺어왔던 사람들, 인연을 쌓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을 떠올려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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