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갤러리 본점 본관에서는 김태호 작가의 개인전을 개최합니다. 부산 태생(1948년)의 작가는 서울예고, 홍익대/동대학원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오랜 세월 모교인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서 교수로 재직(1987-2016)하며 후학 양성과 작품 활동을 병행하였습니다. 1977년 제1회 개인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40회 넘는 국내외 개인전과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하였고, 1984년 미술기자상 수상, 1986년 동아판화비엔날레 대상수상과 2003년에는 고향인 부산에서 수여하는 부일미술대상
(부산일보사 주최)등 다수의 미술상을 수상한 바 있습니다.
한국 현대 회화의 흐름에 있어, 김태호 작가는 포스트 단색화 혹은 2세대 단색화의 대표작가로 여겨집니다. 단색화는 한국 현대미술의 독특한 추상화 스타일을 의미하는 용어로, 1세대 대표작가 로는 박서보, 하종현 그리고 정상화 등이 있습니다. 각각의 작품은 외형적으로는 단색으로 완성된 유사성을 보이고 있지만 표현기법과 의미는 작가마다 다른 조형 언어와 형식 - 박서보(묘법), 하종현(접합), 정상화(덜어내고 메우기) - 를 구성하고 있습니다. 김태호 작가는 단색의 화면이라는 작품 외적인 측면에서 그들의 뒤를 잇고 있으나, 물감을 쌓고 깎아 내는 작가 고유의 표현방식을 통해 깊이 있는 색감, 질감의 독창성을 완성하고 있습니다.
작가의 작품 형식은 크게 세가지로 분류됩니다. 초기의 작업은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의 <형상 Form> 시리즈에서 붓질 대신, 스프레이를 이용한 간접적 채색방식을 이용해 수평선의 구성을 보여줍니다. 그 이후 1980년대 중반에서 1990년대 초반까지 종이를 재료로 한 드로잉 방식으로 종이로 뒤덮인 화면을 벗겨 내는 방식의 작업을 보여주고, 이 형식은 1993년 아크릴 물감을 사용하면서 새롭게 변화합니다. ‘내재율 Internal Rhythm’ 시리즈로 알려진 세번째 형식의 작업은, 비교적 쉽게 마르고 볼륨감이 완벽하게 구현되는 아크릴 물감을 이용해 캔버스에 색채를 바르고 일정 시간이 지나 건조된 색의 층 위에 다른 색채를 바르고 건조하는 몇 차례의 과정을 거쳐 두꺼운 색의 층을 완성하고 이를 조각도로 다시 깎아 내어 완성합니다. 깎아 낸 표면은 켜켜이 쌓인 다양한 색의 띠를 보여주고 있어 마치 나무의 나이테처럼 작품의 완성을 위해 소요된 시간을 가늠케 합니다. 이번 전시 제목인 “시간의 기록”은 이 작업의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명명된 제목입니다. 외형적인 색 밑에 숨겨진 다양한 색의 층은 물리적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닌, 보이지 않는 곳에 속속들이 담겨 있어 언제든, 어떤 형식으로든 표출될 수 밖에 없는 인간 삶의 다양한 감정, 의미 등을 일깨워 줍니다.
아름다운 색감을 보여주는 ‘내재율 Internal Rhythm’ 시리즈의 최근 작품 50여점이 신세계 본점 본관 전 층에 설치됩니다. 이 전시를 통해 작품에 녹아 있는 작가의 시간과 정성스러운 마음을 함께 공감하시는 기회가 되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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