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가 이영재는 1972년 독일로 유학을 한 이후 바우하우스 시대에 만들어진 생활도자기 전문공방 마르가레텐회 (Margartenhhe)의 공동책임자를 거처 현재에는 대표로서 공방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유럽을 비롯한 일본 등지로 수출하는 등 상업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벌이면서도 현대미술을 주로 다루는 피나코텍 데어 모데르네 (Pinakothek der Moderne) 에서 2006년과 2008년 2회에 걸쳐 도예전을 선보이는 이례적인 성공을 거두어 현대도예를 예술적 관점으로 소개하는데 일조하였습니다.
도예가 이영재는 수학시절 공예로서의 도자기가 예술일 수 있는가? 란 질문을 끊임없이 되새기면서 이를 위해 도자기술을 연마하는 것뿐만이 아니라, 동. 서양미술사와 중국학 등의 학문 역시 깊이를 더하였습니다. 이로써 문화적 차이에서 오는 정체성의 혼란이 지리적 단위를 넘어선 문화를 관통하는 통시적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고 합니다. 일전에 이영재는 대표적인 후기 고딕성당으로 유명한 쾰른 성당의 미사용 성배 제작을 의뢰 받았는데, 그 예식에 임하는 마음이 결코 어린 시절 할머님이 사발에 정화수를 떠 놓으시고 하루의 무사안일을 바라던 고귀한 마음과 다르지 않음을 이야기 합니다.
스스로를 작가 혹은 예술가로 불리기 보다 도예가로 불리길 원하는 도예가 이영재는 도자기를 만드는데 있어 그 행위를 수행이라 일컫습니다. 만드는 이의 정갈하고 좋은 기운이 이것을 쓰는 사람에게 전달된다니, 비는 마음은 이를 사용하는 사람에게 좋은 기운으로 다가갈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것입니다. 도예가로서의 명성보다는 내 도자기를 쓰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을 떠올리는 이영재는 한국도자의 아름다움을 쓰임에 있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이것은 모더니즘과 산업화의 거센 물결 속에서 많은 사람들이 보다 나은 삶을 실현하고자 했던 바우하우스의 뜻과 닿아 있기도 합니다.
이영재의 도자기를 설명할 때 자주 인용되는 것이 바로 하나 더하기 하나는 하나다(1+1=1)란 교묘한 수식입니다. 이를 다음과 같이 설명할 수 있습니다. 한국 자기는 대상을 재현하려 애쓰기 보다는 그 쓰임에 맞게끔 생겨났는데, 그렇기 때문에 패턴이 존재하지 않고 사발 하나하나가 각각의 모양새를 나타낸다고 합니다. 피나코텍 데어 모데르네에서 열렸던 전시에서 이영재는 전시장엔 111개의 사발을, 그리고 광장에는 1111개의 사발을 흩어 놓아 하나 하나가 모여 하나 된다는 개념을 선보였습니다. 이것은 동일한 두 개의 사발을 이어 만든 달항아리에서도 느낄 수가 있는데 이영재는 이를 볼프강 폰 괴테의 시 "은행나무 잎" 의 구절을 들어 자신의 삶과 예술에 대한 관점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내가 한 몸이면서 한 쌍이라는 것을 당신은 내 노래에서 느끼지 않으십니까?"
도예가 이영재는 동시대 세계화된 세상에서 한국자기 혹은 한국의 전통을 우리의 새로운 인식으로 다시금 세워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과업임을 중요하게 언급합니다. 이로써 단순한 조형과 정선된 유약, 견고한 재질이 특징인 마가레텐회에 도예기법에 우리나라 전통 도자기에서 보여지는 자연스러움과 은은한 미감을 담아 다완 접시 달항아리 및 생활자기를 선보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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